[성명서]준법서약제도 시행 1년에 즈음하여, 준법서약제도에 대한 집단적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분류코드   Et0039
    자료형태   A4복사
    페이지   3
    언어   한국어
    저자   
    출처   민변
    하위분류   none
    발행일   1999년 08월 13일
 
□ 첨부파일 :  et0039.hwp
내용
준법서약제도 시행 1년에 즈음하여,

준법서약제도에 대한 집단적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1. 정부는 작년 8.15특사를 앞두고 공안사범들에게 적용해 오던 '사상전향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준법서약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작년 8.15특사때 준법서약서를 제출하지 않은 시국사범을 일체 석방대상에서 제외하였고, 나아가 사상전향제도를 규정하고 있던 법무부령(가석방심사등에관한규칙 제14조 제2항)을 1998. 10. 10. 개정하여 준법서약제도를 공식화한 바 있다.

2.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사상전향제도는 일제가 1930년대에 민족해방운동을 금압하기 위하여 도입한 것인데 이를 해방이후에도 남한정부가 계속 존치해 왔던 것이다. 법적근거없이 자의적으로 시행해오던 사상전향제도는 1956년 비로소 법무부령으로 공식화되었고 특히, 1973년 중앙정보부 주도의 '전향공작반'이 설치되면서 양심의 자유를 심대히 침해하는 전향강제의 도는 극심해지기에 이르러 그 폐해 및 반인권성이 대대적으로 폭로되기도 하였다.

3. 우리는 현 정부가 사상전향제도의 폐지를 천명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 그러나, 정부가 사상전향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준법서약제도를 도입한 것에 대하여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준법서약제도가 사상전향제도의 변종에 불과하다는 견해에 공감하며 사상전향제도와 마찬가지로 준법서약제도 또한 위헌이라고 본다.

첫째, 준법서약제도는 침묵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침묵의 자유란 "자기의 양심상의 결정을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받지 아니하는 자유"로서 어떠한 경우에도 제한할 수 없는 절대불가침의 기본권이다. 준법서약서는 단순한 사실이나 기술적 지식에 관한 기재가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신념, 국가관 등에 대한 구체적 의견과 신념이 추지되도록 기재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이를 제출하도록 하는 것은 명백히 침묵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기독교인을 가리기 위하여 일제가 강요한 '십자가밟기'가 이러한 침묵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듯, 준법서약제도 역시 여하한 형태로든 그 내면의 생각을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하는 것이어 위헌인 것이다.

둘째, 준법서약제도는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
준법서약서는 12.12내란사건이나 5공비리사건의 주범에 대하여는 요구하지 않으면서 유독 국가보안법위반 또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등의 시국사범(양심수)에 한하여서만 그 작성·제출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이는 명백히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셋째, 나아가 우리는 '사상전향제도'가 국가보안법위반자들에 한정해서 적용되던 것임에 비해 '준법서약제도'는 모든 시국사범에 확장하여 적용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점에서 준법서약제도는 사상전향제도에 비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대상을 훨씬 확대한 것으로 더욱 반인권적인 제도로 되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넷째, 사상전향제도나 준법서약제도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반문명적 제도이다. 현재 우리나라와 같은 사상전향제도나 준법서약제도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없다. 사상전향제도를 도입했던 일본 마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군 사령부가 일본군국주의의 가장 악랄한 제도라며 이를 폐지한 이후에는 결국 이 제도를 포기했다.

4. 준법서약제도는 결코 문명국가의 자랑일 수 없는 것으로, 위헌이므로 폐지되어야 한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것, 인간이 유독 만물의 영장으로 지고의 존재가 되는 까닭은 인간만이 끝없이 깊고 넓은 정신세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인간의 내심, 곧 인간의 정신세계는 무한하여 그 자체 소우주에 비견되기까지 한다. 그런데, 이 제도는 그 인간의 내면에 간섭할 수 있다는 오만한 발상에 기초하여, 결국 인간의 내면에 기어코 간섭하여 통제하여야 겠다는 것으로 독선적이고 억압적인 반인권의 제도임이 분명하다. 특히, '양심'에 따라 살며 그 양심에 따라 고난조차 달게 받는 사람들에겐 더더욱 그 내면의 세계를 훼손하려는 그 어떤 사소한 것에 대하여도 타협하거나 굴하기 어려운 법이다. 그런데, 이 제도는 특히 '양심'에 따라 살려고 하는 사람들(시국사범)만을 대상으로 하여 그 양심(신념)을 스스로 훼손케하려 하고 있다. 이는 숱한 양심수들에 대하여 '석방'이란 달콤한 미끼에 '준법서약'이란 독을 발라두고 유혹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5. 국민의 정부를 자처하는 김대중 정부가 탄생한 이후 두 번째 8.15특사를 앞두고 있다.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이 1999. 8. 5.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자유메달을 수상하면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올 8.15 광복절 때 양심수를 대폭 석방할 계획"임을 밝혔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환영하면서도 정부가 여전히 '준법서약서'의 작성·제출을 석방의 기준으로 삼을 것임에 대하여는 우려해 왔다. 그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법무부가 당국자는 8월 9일 "공안사범들의 경우 준법서약서를 쓰지 않을 경우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발표를 내놓았고, 각 교도소(구치소)의 양심수들로부터 정부당국이 '준법서약서'의 작성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전해오고 있다. 우리는 준법서약제도 시행 1년을 맞으며 정부가 이 제도를 계속 고수하려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6. 이에 우리는 이 제도가 위헌이라는 확신으로 준법서약서 작성을 계속 반대해 온 양심수들의 요구와 염원에 따라 '준법서약제도에 대한 집단적인 헌법소원'을 내기로 결정하고 이 제도의 폐지를 위하여 가능한 모든 법적인 대응을 해 나갈 것임을 밝힌다.


1999. 8. 13.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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