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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명 서
--인권주간에 즈음하여---
1. 1948년 12월 10일 국제연합 제3차 총회에서 "인권에 관한 세계선언(세계인권선언)"이 만장일치로 채택된 때로부터 42년이 되는 오늘에 있어 우리는 한국의 인권상황을 되돌아보면서 근심과 슬픔을 억누를 수 없다.
우리는 한 나라의 민주화 정도를 가늠하는 제1의 척도는 그 나라의 집권세력에 대한 반대의견을 표명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것이 얼마나 자유로운가 하는 점에 있으며 따라서 그 국가의 감옥에 자기의 양심과 사상, 신념에 따라 집권세력에 대한 반대의견을 표현하고 행동에 옮기려 하였다는 이유로 구속되어 있는 양심수의 숫자가 얼마인가에 의하여 한 나라의 인권상황은 판단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우리는 얼마전 외국의 한 인권단체가 우리 사회의 인권문제를 들먹이며 한국정부의 민주개혁 약속에도 불구하고 계속 노동자, 노동단체, 언론인, 저술가와 야당지도자들의 기본권이 부인되고 있으며 한국의 국가보안법은 애매하면서 가혹한 것이라고 발표하였다는 외신을 접한 바 있다.
또한 지난 11월에는 비교적 보수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한국카톨릭 주교회의가 방북인사들을 포함한 모든 정치범의 석방을 촉구하는 결의를 한 바 있으며 대다수의 양심적인 지식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제6공화국 치하에서 인권상황이 악화되었음을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은 인권보장의 1차적 책무를 지고 있는 주무부서인 법무부의 명의로 출판한 공식문서를 통하여 제6공화국에서는 국회와 언론의 기능의 활성화되어 있으며 사법권의 독립이 철저히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양심수 내지 정치범은 없다고 누차 공언하면서 양심수 내지 정치범이라는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여 국민들에게 혼란과 오해를 유발케하는 행위를 삼가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러한가
우리는 여기서 외국인권단체 및 카돌릭 주교회의의 주장과 이에 상반되는 현 정권의 주장 중 어느쪽이 신뢰성이 있는가를 논의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바로 그 정권에서 군정보기관을 통하여 수많은 민주인사들을 미행, 감시, 사찰하는 범죄행위를 자행하고 범죄와의 전쟁을 지휘할 핵심 지휘관의 위치에 있는 여당 국회의원, 판사, 검사, 보안사 과장들이 전쟁의 대상인 조직폭력배 우두머리와 술자리를 같이한 그 자리에서 칼부림이 벌어지는 현상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과연 현 정권이 외치는 구호와 주장들을 우리 국 민중의 어느 누구가 믿을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2. 우리는 소위 "양심수"가 현 정권이 말하듯 용어의 혼란이나 가져오는 불명확한 개념일 수 없으며 현 정권의 민주성을 가늠케 해주는 명확한 척도임을 거듭 밝히고자 한다.
범세계적 국제인권기구인 국제사면위원회는 " 폭력을 행사하거나 옹호함이 없이 정치적, 종교적 또는 그 밖의 양심에 입각한 신념의 표현을 이유로 세계인권선언 조항에 위반하여 투옥 구금되거나 육체적 억압을 비롯한 여러형태의 구속을 받고 있는 사람"을 양심수(Prisoner of Conscience)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현 정권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구속되어 있는 양심수란 모두 폭력을 행사하거나 아니면 실정법을 위반하는 두가지 범주에 해당되므로 양심수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첫째로 폭력행사 문제와 관련하여 국제사면위원회는 어떤 사건이 진행되는과정에서 부수적으로 폭력이 수반된 경우에는 그 사건의 관련자를 양심수로 분류하고 있으며 이러한 원칙에 따라 정부 당국과 법원에 의해 방화살인범으로 선언된 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의 문부식씨도 양심수로 선정된 바 있다.
또한 인간의 존엄성을 부인하는 악법들에 의해 형식적 합법성을 부여받아 퍼부어지는 폭력적인 기본권 유린행위에 대항하야 나와 이웃과 사회의 정의를 위해, 방어적, 부수적으로 행사될 수밖에 없는 폭력은 그것을 이유로 그 행위자를 양심수의 범주에서 제외할 수 없는 것이다.
나아가 지배권력에 순응하는 법원이 폭력범으로 판결하고 지배세력의 도구로 전락한 국가기관이 어떤 사람을 폭력범으로 지목하였다는 사실만 가지고는 그 행위의 동기와 목적 및 법적용의 차별성, 법원의 정권에 대한 종속성을 배제한 채 폭력성 유무를 판단할 수는 더더욱 없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로지 자시의 사상을 독자적인 방법에 의하여 표현하거나 표현하려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현재의 정부 여당마저도 최소한 그 개정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위헌적인 국가보안법에 의하여 구금되고 매 사건마다 범죄의 주관적 요소의 존재를 부인하는 피고인들에 대하여 검찰은 그에대한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또 법원은 어떠한 증거의 제시도 요구함이 없이 유죄로 판결하는 현실을 두고 어떻게 법원의 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이상 양심수일 수 없다고 강변할 수 있을 것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둘째로 양심수는 실정법 위반사범일 뿐이라는 현 정권의 주장 역시 명령은 명령이며, 악법도 법이라는 동어반복적 구호에 지나지 아니하여 아무런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대저 세계인권선언이 천명하고 우리의 헌법 역시 불가침의 권리로서 보장하고 있는 양심의 자유를 포함한 기본적 인권은 폭력적인 국가권력에 의하여서는 물론 법의 이름으로서도 침해할 수 없는 것이니 불가침의 권리인 양심을 유린하는 국가력이 자연적 정의를 배반한 악법에 의탁하여 이에 항거하는 개인의 행위를 실정법위반이라는 이유로 매도하거나 단죄할 수 있는 없는 것이다. 입법권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 속한다는 헌법상의 대원칙을 깨뜨리고 정치군인들의 손발이 되었던 소위 국가보위입법회의에 의해 만들어진 대표적인 악법인 국가보안법에 의해 구속된 사람이 얼마인가. 노태우정권출범 이래 2년 8개월간 하루 평균 6명씩 구속된 총 4,176명에 이르는엄청난 숫자의 시국사범 중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이 40%를 차지한다는 구속자 가족단체의 발표를 보며 어찌 우리나라에는 양심수가 한 사람도 없다고 공언할 수 있는 것인디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작금의 우리나라의 정치상황은 양심수를 양산하는 모태구실을 하고 있다. 정치범을 양산하는 기본원인은 현 정권이 양심수의 존재를 부인하면서 그 주장의 전제로 내세우는 실정법인 헌법에 위배되는악법들의 존재에 있다.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거나 국회가 아닌 다른 사이비 입법기관에 의해 제정되어 상위법인 헌법에 의하면 더 이상 법이 아닌 법인 국가보안법, 집회 및 시위에 관란 법률 등의 악법이 존재하는 한 양심수는 끊임없이 양산될 필연성을 지니고 있다.
셋째로는 정치적 상화의타개를 위해 용공조직사건을 조작해내거나 방북사건 등에서 보듯 정치적 목적에 따라 동일한 행위에 대하여 차별적으로 법을 적용하는 등의 비민주적 국가형벌권 행사야 말로 양심수 양산릐 직접적인 원인이다.
넷째로는 불법구금, 장기구금, 고문, 접견제한 등의 불법적인 형사절차 및 증거재판주의를 포기하고 정권의 의도에 충실히 부합하는 판결을 내는 사법부의 종속성에 양심수를 만들어 내는 또다른 원인이 있다고 할 것이다.
현 정권은 이러한 양심수가 양산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성하여 범죄와의 전쟁에서 보여준 2중적 태도를 즉각 중단하고 양심수 문제에 대한 진지한 대면을 통하여 실추된 비민주적 정권의 정통성을 조금이라도 회복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3. 우리는 일응 양심수 석방주장의 전제가 되는 양심수의 정의와 관련하여 "폭력에 호소하는 것을 주된 수단으로 하지 아니한 정치적, 종교적 또는 그밖의 양심에 입각한 신념의 표현을 이유로 투옥, 구금되거나 육체적 억압을 비롯한 여러 행태의 구속을 받고 있는 사람"이라는 국제사면위원회의 분류기준에 동의한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악법에 따라 부당하게 구금된 노동자, 농민, 비민, 학생, 종교인, 지식인 등의 양심수는 즉각적이고 전면적으로 석방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비록 투오그 구금되어 있는지는 않더라도 보안사, 안기부, 경찰 등에 의하여 도청, 미행 등 부당한 사찰을 받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역시 자기 자신의 양심에 따른 언행에 의하여 부당한 억압을 받고 있는 양심수인 것이니, 정부 당국은 그러한 불법사찰을 즉각 중단하고 관련자들 문책 또는 의법 처리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양심수 문제에 근원적인 종지부를 찍기 위하여 헌번에 위배되는 각종 악법들을 즉각 폐지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현 정권이 출범이해 3년의 긴 세월을 지내오면서 말과 구호만을 휘황하게 앞세운 채 국민 앞에 약속한 민주화의 신성한 과제는 실질적으로 전혀 실천하고 있지 않음을 다시한번 지적하면서 다시 맞이하는 세계인권선언일에 즈음하여 금년 11월 현재 1,3000명에 이르는 양심수의 석방이야말로 현 정권에 주어진 마지막 속죄의 기회임을 일러 드는 바이다.
1990. 12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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