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테러방지법(안)의 문제점
  글쓴이 민변 글쓴날 2002-02-22 14:06:28 조회 1234
  첨부파일 테러방지법의견서1.hwp (39430 Bytes)

입법과정의 졸속성

법률의 제정 과정에서 정부입법안의 입법예고기간, 즉 법안에 대한 국민여론의 수렴기간이 통상적으로 적어도 20일 이상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번 국정원이 테러방지법에 대한 입법예고기간이 단 10일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도 입법과정의 졸속성은 명백하게 인정되어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입법제안자의 공청회 한 번이 열리지도 않았으며, 더군다나 입법예고기간이 끝나기 하루 전에 아무런 공지도 없이 일부 조항을 수정하는 변칙마저 자행되었다. 그리고 11월 22일 차관회의의 1차 법안 검토를 거쳐 26일 차관회의를 통과한 테러방지법안은 바로 그 다음날인 27일 국무회의에서 전격적으로 의결되어 곧바로 국회에 상정되었는바, 그 신속성이라는 것은 가히 이례적인 것이었다. 12월 8일 정기국회가 끝나기 이전에 테러방지법을 제정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표명되어 있는 것이다.

현행법으로도 테러의 예방과 처벌은 충분히 가능하다.

테러방지법이라는 것은 테러라는 비상사태에 대응하는 비상입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이런 형태의 입법이 없다고 하서 테러사태를 방지할 수 없고 테러범죄에 대한 적절한 처벌이 불가능한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현재 존재하고 있는 법체계로도 테러에 대한 예방과 처벌은 충분히 가능하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우리 나라의 경찰력 특히 경찰의 정보력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서 있다. 그리고 우리 경찰에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군대와 다름없는 전투경찰대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찰특공대라는 대테러특수부대가 경찰 내부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일상적인 불심검문과 전화 등 통신매체에 대한 감청 등을 통한 광범위한 정보수집은 기존의 법시스템 아래에서 모두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테러예방을 위한 방어시스템은 경찰 자체적으로 이미 구축되어 있는 것이다. 국정원의 경우에 있어서도 현행법 아래에서 국정원은 이미 광범위한 테러정보수집활동을 시행하고 있다. 국가정보원법에는 국정원의 직무의 하나로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정보(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작성 및 배포'를 규정하고 있으며, 국정원은 현역군인 등 필요한 공무원을 파견공무원으로 데려다가 마음대로 쓸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다음으로 테러방지법에서 처벌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현행 형법 및 특별형법에 거의 대부분이 다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 즉, 테러단체구성죄와 테러범죄 미신고죄 및 허위신고죄를 제외하고는 범죄의 구성요건을 새로이 신설한 것은 없고 기존 형법 및 특별형법상의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테러단체구성죄라는 것도 형법상의 범죄단체조직죄로 충분히 처벌이 가능한 것이다. 이는 결국 현행법으로도 테러범 처벌에 있어서 어떠한 결함이나 공백도 존재하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처럼 테러방지법이라는 입법 조치가 없다고 해서 테러를 방지하지 못하고 테러에 대한 처벌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현행법체계 내에 흠결이 있는 것이 전혀 아니다. 오히려 테러방지법이 겉으로 내세우고 있는 명분인 테러예방과 대책이 그와 같이 특별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실제로 효과를 가져오게 될 지가 의문시되는 바라고 할 것이다.

본질은 테러예방을 명분으로 이루어지는 상시적인 대국민 감시체계의 확립이다.

테러예방을 명분으로 테러에 대한 수사권을 확보함으로써 실추되어가고 있는 국정원의 입지강화라는 노림수가 그 속에 자리잡고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는 테러방지법에 의해 국정원 내에 설치되는 대테러센터의 업무는 매우 광범위하고 막강한 권한을 보유하게 되어 있다는 점에서 의문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는 여전히 국정원이 불법적으로 자행하고 있는 여러 활동들에 대해서 테러방지법 제정을 계기로 이를 정식으로 합법화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을 것인바, 국정원의 애초 입법예고안에 포함되어 있었던 테러자금의 거래정지와 외국인 동향관리와 같은 것을 바로 그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한편으로 정부가 테러방지법의 입법화를 통해 얻고자 하는 숨겨져 있는 본질의 또 하나는 변화된 시대 상황 아래 사실상 더 이상 명맥을 유지하기 어려운 국가보안법을 대체하는 새로운 강력한 국민통제수단의 창출에 있다고 할 것이다. 테러예방을 명분으로 상시적인 대국민 감시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언제 어디서 황당하게 당하게 될지 모르는 테러라는 끔직한 공포 속으로 국민들을 몰아넣고 그로부터의 안전보장이라는 대가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상시적인 감시체계를 합법적으로 이룩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테러대책의 수립이라는 미명 아래 이루어지는 새로운 대국민 감시체계의 확립은 비단 우리 나라에만 국한되어 벌어지고 있는 일이 아니라 뉴욕 테러참사의 직접 당사국인 미국은 물론 독일,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이미 추진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사건이 전세계적으로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이었음에는 분명한바, 그 틈바구니를 각국의 국가권력들은 절묘하게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추운 겨울의 한파 속에서 부지불식간에 우리 목전에 다가와 있는 테러방지법의 실체이고 본질이라고 할 것이다.



정세분석
[결의문]2001년 12월 10일 한국인권대회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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