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련 유죄판결, 이적표현물 소지혐의 학생구속, 한총련 11기 대의원 이적단체 규정
등 아직도 국가보안법으로 먹고사는 공안기관의 행태와 관련한
"김용찬, 김종곤 석방과 국가보안법 완전철폐를 위한
건국대학교 대책위원회(준)”의 성명>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고자 하는 모든 시민들께
시민 여러분.
혹시 ‘체 게바라 평전’을 읽어보셨습니까? 국내 유수의 일간지들이 격찬해마지않았던
불후의 명작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에 의거하여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건 공안기관 마음대로이기 때문입니다.
학부모 여러분.
혹시 중고생 자녀들이 ‘철학과 굴뚝청소부’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까? 정통한
교육단체들이 청소년 교양필독서로 추천했던 책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은 여러분의
자녀들은 역시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에 의거하여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공안기관 마음대로입니다.
전국의 경제학도 여러분.
혹시 ‘자본론’을 읽어보셨습니까? 최고의 경제학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김수행교수가 전작을 번역한 맑스의 책이죠.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필독서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은 여러분들은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에 의거하여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공안기관은 경제학도라고 해서 봐주지 않습니다.
혹시 이 성명을 보시는 분들 중에 이 책들을 죄다 읽어보신 분이 있습니까? 더불어
‘사회구성체론’이나 ‘옥중서신’ 등의 사회과학서적은 물론 ‘로자 룩셈부르크
평전’이나 ‘녹슬은 해방구’ 등의 책을 더불어 보신 적이 있습니까? 큰일 났습니다.
여러분은 공안기관으로부터 ‘민민투의 핵심’으로 대접받으면서 감옥으로 갈 수
있습니다. 그거야 공안기관 마음대로입니다.
가난한 사람들도 의료혜택을 받아야 된다고 주장하시는 의사분들 계십니까? 그 분들과
사귀지 마십시오. 그분들과 어울리다가는 국가보안법 제7조 제3항에 의해서 반국가단체
결성혐의로 구속됩니다. 의사들은 그저 환자들 등이나 쳐서 돈이나 많이 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는 매우 절친하게 지내셔도 좋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본주의사회를
튼실하게 만드는 주역들이기 때문에 공안기관에서 무척 좋아합니다.
여러분 주변에 혹시 대학에서 단과대학 학생회장을 하는 자녀나 후배, 친구나 선배가
있습니까? 그 사람이 북한을 찬양하는 사람이던 북한을 비판하는 사람이던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이던 어쨌든지 간에 절대 가까이 하지 마십시오. 이들과 가까이 지내면
국가보안법 제7조 제3항에 의해서 졸지에 은팔찌 끼는 것은 물론 잘 하면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에 의해서 고무찬양죄까지 뒤집어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무슨 죄가 있냐?”고 항의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마십시오. 공안기관이
아주 싫어합니다. “어라? 그 친구들 참 좋은 애들이었는데?” 이런 반문을 하지
마십시오. 집 앞에서 홍제동으로 끌려가는 수가 있습니다. “아, 신문에서 이 책 좋다고
하니까 읽어 봐야지”라고 함부로 결정하지 마십시오. 꼭 공안기관 부설
“공안문제연구소”에서 판정을 받으신 후 읽으시기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갑자기
집안으로 공안기관원들이 압수수색영장을 들고 달려오는 수가 있습니다.
술 한 잔 마시다가 농담으로라도 “미국놈들 참 나쁜 놈들이네”라고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공안기관은 위대한 아메리카를 비하하는 발언을 곧잘 친북발언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머리 나쁜 공안기관을 탓하기 전에 몸조심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그저
입 다물고 살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왜정시대 때 독립군 잡으려고 만든 이 법률이 박정희가 울궈 먹고 전두환이가 울궈 먹고
노태우가 울궈 먹고도 남아서 아직도 그 맛을 잊지 못한 공안기관은 몸이 찌뿌등 할
때마다 국가보안탕을 끓여 먹습니다. 그 탕 안에는 언론이 격찬한 책을 읽은 사람,
가난한 사람에게 의술을 베풀자고 주장한 사람, 학우들을 위해 일해 보겠다고 나선
사람, 아무 생각 없이 술 한 잔 마시고 취중에 말이 샌 사람들의 살과 뼈가 뽀얗게
우러나와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고 싶으십니까? 그럼 지금부터 국정홍보처에서 배포한
정부찬양책자만 읽으십시오. 학우들을 위해 일할 생각일랑 아예 마십시오. 가난한
사람들은 아예 병원에도 들여보내지 마십시오. 술을 마시더라도 안주만 씹으시고 미국은
씹지 마십시오.
빚에 몰려 일가족이 자살하고, 파업노동자들이 피떡이 되도록 두드려 맞고,
국회의원들이 몇 억씩 받아 주머니를 챙기는 이 자랑스러운 나라를 찬미하십시오. 시장
상인들의 등을 후려친 돈으로 부귀영화를 꿈꾸는 사기집단이 연일 뉴스를 타고 있는 이
나라를 자랑스러워 하십시오. 여러분들이 이렇게 하는 한 여러분들은 공안기관으로부터
추적당하거나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받거나 하지 않으면서 마음껏 자유와 평등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러고 싶지가 않군요. 그건 진정한 자유와 평등이 아닙니다. 아시죠?
모든 분들이 다 잘 아실 겁니다. 그런데 그걸 공안기관만 몰라요. 아직도 국가보안법의
단물을 빨아먹고 살려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죠. 예네들의 코메디가 이제 지겹지
않으신가요? 어이없지 않습니까? 이제 국가보안법이라는 국제적 망신거리는
집어치워야겠습니다. 공안기관은 절대 그럴 마음이 없나 봐요. 우리가 공안기관을
달래봅시다. 에구~~, 귀여운 것들. 이제 국가보안장난감 그만 두고 딴 거 찾아봐. 언제
철들래? 이런 쯧쯧. 이렇게 얘기해 줍시다. 말 안 들으면? 그땐 별 수 있습니까? 미친
개는 몽둥이가 약입니다.
2003년 7월 24일
김용찬, 김종곤 석방과 국가보안법 완전철폐를 위한
건국대학교 대책위원회(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