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견 온 민원인에게 광주교도소는 비밀조직이라며 큰소리치는 공안담당
양해주부장의 만행을 고발합니다 ...
저는 광주교도소에 수용된 5056번 최진수의 여동생 최진미라고 합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지난 화요일(8월27일) 폭우를 무릎 쓰고
광주교도소에 있는 오빠를 면회하러 갔다가 너무나 황당하고, 억이 막히는 일을
당했기 때문입니다.
저희 가족들은 한 달에 한번정도 광주교도소에 있는 오빠를 면회하러 갑니다.
거리도 멀고, 다들 출가하여 가족을 꾸리고 살다보니 마음만큼 쉽게 갈 수 있는
형편이 되지 못합니다.
더욱이 부모님은 연로하신 데다가 경기도 연천군에서도 한참을 들어가는 시골에
사시기 때문에 면회를 하려면 하루에 갔다올 수가 없어서 늘 전날부터
서두르셔야 합니다.
지난 화요일의 경우 저희는 며칠 전 오빠를 면회하고 온 지인의 이야기를
전해듣고 밤새 가슴아파하다 서둘러 면회를 가게 되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오빠가 무릎관절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는데, 그 증상으로 보아
퇴행성관절염과 유사하다고 하더군요.
그 지인의 경우, 얼마 전 그의 어머니께서 퇴행성관절염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누구보다 그 증상과 위험성에 대해 잘 알고 있고, 그래서 그 심각함을 저희
가족들에게 알려왔던 것입니다.
8월초에 저희 가족들이 면회를 했을 때 오빠는 "몸이 좀 안 좋아서 병가를 내고
원예 출역을 안나가고 있다"고 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저희 가족들은 별다르게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연로하신
부모님들께서 걱정하실 까봐 오빠는 자신의 증상을 가족들에게조차 말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7월부터 병가를 내고 원예 출역을 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짐작컨데 오빠는 참을
수 있는 만큼, 아니면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가 그 고통의 수위가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돼서야 면회 온 지인에게
자신의 고통을 전한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도 내 가족이 몸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으면 누구라도 가슴이 아프고,
그 즉시 증상이 어떤지 살펴보는 게 인지상정이 아닌가요?
더군다나 교도소라는 외부와는 차단된 공간에 갇혀있는 내 가족이 아프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을 때, 당장 달려가 어디가 어떻게 얼만큼 아픈지, 치료는
제대로 받고 있는지 살펴봐야 마음이 놓이지 않겠습니까?
혼자 사는 사람은 몸 아플 때가 가장 외롭다고 하던데, 갇혀있는 신세인 저희
오빠의 경우 그 몸의 고통과 외로움이 얼마나 클까요?
그 생각만으로도 저희 가족들은 가슴이 저립니다.
그리고 요즘 신문기사에도 교도소내의 열악한 의료현실과 그로 인해 제때
적당한 치료를 받지 못해 죽음에까지 이르는 사건을 알고있는 저희
가족들로써는 더더욱 가슴이 철렁 내려 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가족들의 마음을 광주교도소에 근무하시는 여러분들은 잘 모르시나
봅니다.
오빠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허겁지겁 달려 간 저희들에게 광주교도소
공안담당인 양해주 부장은 당황스런 얘기들만 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었습니다.
오빠의 한달 접견횟수는 4회로 제한되어 있는데, 이번 달부터 5회로 늘렸고,
이미 5회 접견을 다 했기 때문에 횟수초과로 더 이상 면회를 해줄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에 대해 저희는 여태껏 횟수제한을 크게 하지 않았었고, 어떤 때는 6회라고
하더니 왜 갑자기 4회, 5회 얘기를 하시냐고 물었더니, 원래 그런 거였다고
하더군요.
뭐가 원래 그런 거며, 원래 그런 거였다면 지금까지는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느냐고?
도대체 그 접견횟수를 정하는데 있어 원칙과 기준은 뭐고, 누가 그 결정을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의 질문에 양해주 부장은 제대로 된 답변은커녕 이상한 말들만
계속 했습니다.
오빠의 사회생활 태도를 운운하며... 참으로 억장이 무너지는 말을 합니다.
저희 가족들은 사정을 했습니다.
저희 가족들은 마음이 너무나 다급했습니다. 벌써 시간이 오후 3시 40분이
넘었고, 면회를 신청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지요.
그래서 급기야 양해주부장님이 오늘 면회를 할 수 있도록 허가를 내줄 수 있는
재량권이 없는 것 같으니까 그 재량권을 가진 분과 저희가족들이 만날 수
있도록 좀 해달라고 사정했습니다.
오빠가 많이 아프다고 하는데, 아무리 접견횟수가 정해져 있다고 해도 이런
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을 아신다면 충분히 재량권을 발휘해서 접견신청을
받아드려 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그 재량권이 소장님에게 있는 것
아니냐고... 소장님을 직접 만나 뵙고 사정해 보겠노라고 했습니다. 직접 만날
수 없다면, 전화통화로라도 사정을 해 보겠노라고...
그랬더니 양해주 부장 왈 "지금 소장님이 안 계신다"고 하시더군요. 그럼
보안과장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보안과장님도 안 계신다고
하데요.
그 분들이 다 안 계신다고 하더라도, 그럼 그 업무를 어떻게든 대신해서
처리하는 사람이 있을 것 아니냐? 높은 분이 안 계신다고 업무가 마비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 제발 오늘의 책임자 분을 만날 수 있게 해달라... 아니면
그분의 직책과 성함이라도 알려달라... 그러면 저희들이 직접 만나 뵙든지,
통화를 해보겠다고 통 사정을 했었습니다.
그랬더니... 양해주 부장은 싸늘히 비웃는 웃음으로 저희가족들을
조롱했습니다.
"정말 누가 책임자인지 몰라서 묻는 거냐고...?"...
정말 모르니까 묻는 거 아니냐, 알면 우리가 왜 이렇게 시간을 허비하면서
이러고 있겠느냐 제발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양해주 부장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그에 대해 저희 가족은 여기
광주교도소는 공무원조직 아니냐? 체계가 있고, 그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가진
사람이 분명히 있을텐데 도대체 민원인에게 안 가르쳐 주는 이유가 무어냐?
여기가 무슨 비밀조직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양해주 부장님이 큰소리로
그러시더군요.
"광주교도소는 비밀조직이라고.. 그래서 절대 가르쳐 줄 수 없다"고 하면서
사무실로 들어가 버리더군요.
시간은 이미 4시 30분을 훨씬 넘어 더 이상 면회를 할 수 있는 시간도 지나버려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서둘러서 쏟아지는 폭우를 뚫고 5시간이 넘게 걸려 광주까지 오빠
걱정을 하면서 왔건만 오빠의 건강은 살펴보지도 못한 채, 광주교도소 담장보다
더 높은 공안담당의 야비한 조롱과 묵묵부답의 벽에 막혀 발길을 돌려야 했던
저희 가족들의 심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수용인이 아프다고 통증을 호소해도, 그저 그러려니.... 저 놈 또 무슨 수 쓰고
있는 거 아냐? 라는 식의 광주교도소 측의 행태가 도대체 21세기인 지금에도,
가족들 앞에서도 버젓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을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또한 노벨평화상을 탄 대통령, 인권대통령이 통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비인도적이고, 인권이 싸그리 무시당하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이해할 수도, 참을 수도 없습니다.
저희 가족들은 간절히 바랍니다.
광주교도소에 수용된 5056번 최진수.
저희 오빠 최진수의 병세가 어떤지,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하루빨리
조처를 취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십시요.
애타는 가족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횟수제한 운운하며 접견을
불허하는 비인간적인 이런 일들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힘 써 주십시오.
저희는 연로하신 부모님께서 걱정하실 까봐 아직 오빠의 병세에 대해 말씀도 못
드리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 호소합니다.
저희 가족들의 바램이 헛되지 않도록.....
*최진수씨는 2000년 8월 이른바 민혁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광주교도소에서 징역을 살고 있습니다.
